정말 우연한 기회로 미국 핀테크 회사(구체적으로는 학자금 대출 관련)의 플랫폼 자회사(몇 년 전까지는 스타트업이었지만 인수됐다)로 이직을 한 이야기를 정리해본다. full-remote로 외국 회사에서 일하는 기회를 찾고 있거나, 입사 전형 중에 있는 분들에게도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아직 입사 전이라서 전형 과정을 중심으로 정리해 보았다.
1. 링크드인 메시지를 받다
CTO로부터 온 메시지
글을 쓰기 시작한 지금(4월 말)으로부터 두 달 전 쯤 CTO로부터 링크드인 메시지가 왔다.
내 링띤 프로필을 봤고, 원격으로 실리콘밸리 기업에서 일할 수 있는 어메이징한(!?) 기회에 대해 30분 정도 챗을 나눌 수 있냐고 했다.
사실 처음에는 그냥 무차별적으로 메시지를 뿌리는 것 아닐까 생각했는데, 따로 한국 시간 기준으로 구글 밋 일정을 잡고 CV & resume도 요청해서 일단 얘기는 나눠봐야겠다 싶었다.
회사가 하고 있는 일이 의미도 있고 확장성도 있다고 느꼈고, 글로벌 커리어를 쌓을 좋은 기회가 될 수도 있겠다 싶었다.
미팅은 가벼운 마음으로 잡았지만 막상 시간이 다가오니 오랜만에 제대로 된 영어를 해야 한다는 생각에 떨렸다. 영문 CV와 resume도 난생 처음이라 여러 레퍼런스들을 찾아가며 작성해나가야 했다.(처음에는 당당하게 없어서 미안해~ 라고 했는데 다시 요청받았다 ^^;)
커버레터와 이력서
해외에서 일하시는 시니어 개발자분들이 영어 링띤 프로필의 중요성을 말씀하시는 걸 보고 최대한 열심히 꾸며놨어서 이력서 작성에는 도움을 많이 받았지만, 커버 레터는 한 번도 써 본 적이 없어 막막했다. 그래도 Storyblok에서 개발자로 일하시면서 해외에 거주하시는 이은재님(https://eunjae.dev/post/ko)이 공개해주신 커버 레터 양식을 참고해 무사히 작성할 수 있었다.
resume는 비전공자로서 싱가포르를 거쳐 지금은 독일에서 일하시는 개발자 이수진님의 레퍼런스가 큰 도움이 됐다.(https://sujinlee.me/)
아래 링크가 CV와 resume가 있는 내 노션이다. 실제 제출할 때는 PDF가 좋다고 들어서 변환하여 제출했다.
2. 스크리닝 인터뷰
그렇게 2월 말에 CTO와 잠시 구글 밋으로 이야기하는 시간을 가졌다. 미국의 채용 과정을 잘 몰랐던 나는 평소 잘 보던 미드로 쉐도잉 몇 번 한 다음 미팅에 참여했는데, 자기 소개, 희망 연봉, 최종 이직 전 원하는 휴식 기간 등 정석적인 screening interview가 진행되었다 ^^;
특별히 내세울 것이 없어서 그냥 나의 대학 생활(주로 커뮤니티 활동과 기자 준비를 해왔다.)과 SSAFY에서의 프로젝트, 현재 하고 있는 일을 담백하게 소개했다.
3. 3일 간의 과제 전형
1월부터 가족들과 제주도 여행 일정을 잡아 놓았는데, 딱 과제가 올 수 있는 기간이라 노트북을 챙겨 갔다. 아니나 다를까 서울로 돌아갈 날을 하루 반 정도 남겨두고 메일을 받았다.
React로 간단한 웹앱을 만드는 과제였는데 안내 메일에 prototype 이미지와 함께 명세가 세세히 적혀 있었다. 기능 외에도 효율적인 API 호출과 데이터의 정확도를 강조하는 내용도 있었다. 기한을 넉넉히 주어서 더욱 완성도 있게 만들어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과제 전형 기간동안 여행 + 블렌더 학원 일정이 겹쳐서 꽤나 멘붕이 왔다. 하지만 뜻하지 않은 기회에 꽤 욕심이 나서 3일 동안 거의 밤을 새가며 앱을 만들었다. 마침 사내 스터디를 하면서 Tailwind를 공부했기에 그것도 적용해보고, 명세에 적혀 있던 유닛 테스트까지 Jest로 작성해 제출했다. 아마 프로그래밍을 배우기 시작한 후 가장 집중해서 코딩을 했던 것 같다 ^^;
특별한 것은 없었던 제출물이었기에 큰 기대는 하지 않고 기다리고 있었는데, 과제를 제출하고 나서 이틀 정도가 지나고 과제 평가를 마쳤다며 1차 면접 스케줄링 메일이 와서 엄청 놀랐다. 다행히 한국 시간으로 편한 시간들어서 반차를 쓰지 않고 퇴근 후 면접을 볼 수 있었다.
4. 세 시간의 1차 면접
준비하기
면접은 screening interview와 마찬가지로 구글 밋으로 진행됐다,
하지만 면접을 기다리는 마음은 편할 수 없었는데, 세 명의 팀원과 세 시간 동안 면접을 보게 되었기 때문이다. 와... 내가 외국인이랑 그냥 캐주얼한 대화가 아니고서야 한 시간 이상 이야기한 적 있던가?하는 생각에 아찔했다. 어떻게 준비해야 할 지도 막막했다.
다행히(?) 면접 시간이 확정되고 나서 메일이 하나 더 왔는데, 면접에서 예상할 수 있는 것들, 기술적으로 준비할 것들, 인터뷰 팁 이렇게 세 가지를 상세하게 정리해서 보내주었다. 프론트엔드 관련 지식 외에도 데이터 구조, 시스템 디자인, OOP, Dijkstra, A* 알고리즘까지 언급하면서 깊이 있는 기술적 역량을 기대하는 것 같아 놀라기도 했지만, 면접자에 대한 배려와 예의를 보여주는 것 같아서 회사에 대한 이미지가 좋아지는 데 큰 역할을 했다.
하지만 저 중에 단 하나도 제대로 아는 것이 없었던 나는 주변 개발자들에게 상의도 하면서 준비 방법을 고민했다. 길어야 6일 정도의 시간이 있었기 때문에 깊이 있는 공부를 하지 못하겠다고 판단해 적어도 메일에 언급된 것들은 전부 커버하고, 깃헙의 FE 면접 핸드북들을 잘 암기해서 들어가자고 생각했다.영어로 한다 뿐이지 한국 면접과 크게 다를 것이 없다는 마인드로 임했다. 내가 준비한 부분에는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다.
첫째, 알고리즘 풀기
프로그래머스와 LeetCode에서 기초적인 알고리즘 문제를 풀었다. 현실적으로 연결 리스트나 다익스트라 등 고난이도에 속하는 알고리즘은 문제로 나와도 풀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해 말로 설명할 수 있을 정도로 이해하는 정도로 끝냈고, 기초적인 알고리즘 문제들을 JS와 Python으로 섞어서 풀어 나갔다. 이 외에도 네트워크, 운영체제, 컴퓨터 구조에 관한 CS 지식들도 핸드북을 통해 공부했다.
둘째, FE 면접 핸드북 암기
면접 준비가 거의 되어 있지 않았기 때문에 지름길을 타자는 생각으로 핸드북을 많이 봤다. 아래는 도움이 많이 됐던 repo들이다.
https://github.com/junh0328/prepare_frontend_interview
https://github.com/sudheerj/reactjs-interview-questions
https://github.com/yangshun/front-end-interview-handbook
https://github.com/JaeYeopHan/Interview_Question_for_Beginner
셋째, 회사 분석하기
회사에 대해 알 수 있는 모든 자료, 보도자료, 웹사이트, 팀 소개, 블로그 등을 읽어봤다. 따로 정리하지는 않았지만 기억할 만한 내용과 회사에 대해 내가 가진 생각들을 리마인드 하고 면접에 들어갔다.
넷째, 자기 소개, 지원 동기, 이력서 분석
면접마다 짧은 자기 소개를 요청할 것을 예상하고 30초 정도로 준비했고, 지원 동기랑 이력서도 다시 점검헀다.
지원 동기는 회사 분석 파트와 연결하여 회사에 대한 관심이 잘 드러날 수 있도록 했다.
다섯째, 회사에 대한 질문 준비하기
면접 핸드북에서 회사에 대한 질문 수준이 나에 대한 평가에 영향을 미친다는 내용을 보고 좋은 질문들을 준비하려고 노력했다. 그래서 조금 진지한 질문이 많았는데, 지금 와서 생각하면 조금 더 편한 질문들도 해도 괜찮았을 것 같다.(슬랙 쓰니? 같은)
실전 투입
첫 번째 면접관
UI 테스트를 봤다. CSS 두 문제(flex, seudo class)와 React 관련 문제들을 라이브 코딩 형식으로 풀었다.
두 번째 면접관
non-technical면접을 봤다. 갈등 해결법, 현재 맡고 있는 업무, JIRA 사용 경험, TImezone이 다른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바쁜 일이 있는데 동료가 질문을 하면 어떻게 반응할 것인지, PM이나 QA와 소통한 경험, 회사 웹사이트에서 개선할 점 등 수많은 주제에 대해 한 시간동안 대화하듯 면접이 이어졌다. 있어보이게 답하기보다는 싸피와 이전 회사에서의 경험들을 솔직하게 말하려고 했다.
마지막 면접관
고위 engineer와 기술 면접을 봤다. 1차원 리스트를 다루는 간단한 문제였다. 당시만 해도 JS 알고리즘 풀이에 익숙하지 않아서 파이썬으로 풀어도 되겠냐고 물어봤고, 그래도 된다고 해서 그냥 sorted 함수를 사용해서 빨리 풀어버렸다. 내장 함수를 사용해서 그런지 Big-O에 대한 질문을 받았는데, 이 때 자세히 답변하지 못해 최종 면접 때는 자세히 공부하고 갔던 부분이다. 가장 높은 직급과의 면접이었는데 가장 간단히 끝나 당황하기도 했다.
면접 복기를 하면서 생각보다 틀린 문제들이 많아서 통과가 어렵겠구나 생각하고 있었는데 합격 연락이 와서 놀랐다.
역시 한국 기준 시간으로 최종 면접 일정을 잡았다. 혹시 한국과 같이 인성 면접일까 싶어 최종 면접의 형태를 메일로 물어봤는데, 1차 면접과 거의 같은 형식이라고 답변을 줘서 같은 패턴으로 준비했다.
5. 두 시간의 최종 면접
첫번째 면접관
역시 자기소개 후 바로 문제로 들어갔다. 이중 배열을 역순으로 탐색해야 하는 문제였는데 싸피에서 자주 풀던 유형이라 그래도 수월하게 접근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오직 JS로 풀어야 한다는 제약 사항이 있어서 꽤 끙끙거렸는데, 제한 시간을 5분 정도 남겨 놓고 풀 수 있었다. 30분 정도 문제를 풀고 나서는 역시 기술 관련 질문이 이어졌다. 아래 질문들이 기억에 남는다.
- React의 Best Practice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 내가 일터에서 만든 가장 큰 기술적 변화는 무엇인가?
두번째 면접관
마지막 문제는 두 리스트의 교집합을 구하는 것이었는데, 처음에는 이중 for문으로 구했다가 객체를 사용해 한 개의 for문으로만 바꿔보는 작업을 했다. 이 과정에서 면접관과 많은 대화를 했고, 많은 도움으로 결국 고치는 데 성공했다. 다 풀고 나니 박수까지 쳐주었던 색다른 면접 경험이었다 ㅋㅋㅋ 그리고 나서는 내 프로젝트와 현재 하는 일에 대해 자세히 물어보고, 문제 해결 과정에 대해 이야기하는 과정을 거쳤다. 이 과정에서 업무일지를 매일 빼놓지 않고 자세히 써놓은 것이 정말 큰 도움이 되었다. 만약 업무일지를 쓰지 않았더라면 내가 한 일들에 대해 그정도로 자세하게 설명하고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을 것 같다.
6. 레퍼런스 체크
이틀에서 사흘 정도 뒤 HR로부터 모두가 나와의 면접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고, 다음 단계로 넘어가고 싶다고 메일을 보냈다. 두 명의 레퍼런스와 최근의 급여명세서를 요구해서 보내주었다. 싸피 마지막 프로젝트 당시 컨설턴트님과 인턴 때 상사분께 요청을 드렸고, 영어 대화라 부담스러우셨을 텐데도 흔쾌히 알겠다고 해주셔서 너무나 감사했다.
7. offer letter를 받기 전 짧은 미팅
두 분 모두 매우 긍정적인 평가를 보내주셨다고 회사로부터 연락을 받아서 해서 기대를 가지고 정식 레터를 받기 전에 한 번 더 구글 밋 미팅을 가졌다. 이 과정에서는 연봉 협상과 해외 고용 대행사인 Deel 관련 설명을 해주었고, 첫 출근일 조정, 질문 시간이 있었다. 충분한 휴식 시간을 가지고 일하는 것을 권장해서 내가 입사일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었다. 그래서 한 달 반이 넘는 여유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Deel 부분이 흥미로운데, 우리나라에는 들어온지 채 1년이 안 된 미국 기업으로 각 나라의 노동자들을 해외 기업들이 고용할 수 있도록 서류 작업과 payroll을 대행해준다. 아직 구체적인 내용은 받아보지 못했지만 Deel 홈페이지에서 읽어본 결과 4대보험과 세금, 노동법(휴가 등) 관련 부분을 대행해주는 것 같다.
8. offer letter에 사인하기
offer letter는 Dropbox Sign을 통해 온라인으로 서명하도록 되어 있었다. 여기서 서명하고 나니 장장 2개월의 입사 전형 과정이 끝났다.
모든 과정을 마치고 이제 장비 배송과 온보딩 과정을 기다리고 있다. 이 글이 해외 원격 취업/이직을 목표로 하는 분들에게 많은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한국에서 나와 비슷한 방식으로 일하는 분들과도 많이 연결되고 경험을 나누고 싶다. 질문 & 경험 공유 언제든 환영입니다~!
개선할 점
- 외국 HR이나 CTO가 연락을 하면 스크리닝 면접이라고 생각하고 자기 소개나 연봉 등에 대해 잘 준비하자
- 다음에 화상 면접을 보게 되면 꼭 녹화를 하자(일부만 녹화해서 아쉬움)
- 스스로 을이라고 생각하지 말고 뽑고 싶은 인재라 생각하고 팀 문화, 사업, 전망, 데이터 등에 대해 자세히 물어보자. 내가 기여할 수 있는 바에 대해서도 자세히 물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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