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금요일부로 2주간의 재택 온보딩이 끝났다.
어느 집단에서든 온보딩은 흡사 새로운 행성에 발을 딛는 우주비행사와 같은 기분으로 시작한다. 조직마다 그들만의 문법, 일의 양식, 규칙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사회의 일원이 되기 위해서는 이전에 내가 몸 담고 있던 것들에서 한 발 벗어나 새로운 것을 적극적으로 맞이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나 또한 이 사회의 목표와 규칙을 잘 이해하고 있고 뜻을 같이 함을 보여주기 위해서다. 그래서 한 회사에 입사한다는 것은 단지 노동력을 제공하는 것에 국한되지 않고 이런 내용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는 것 또한 포함한다.
완전 재택으로 일하는 상황에서 이런 과정에 가장 중요한 것은 조직에 관해 잘 정리된 글을 읽는 것과 구성원들과의 원격 소통인 것 같다. 이 과정을 통해 현실 공간에서 확인할 수 없는 조직의 문법을 확인하고 소통을 통해 확신을 얻는 데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이런 측면에서 막연히 '이거 읽어보고 이거 설치 하세요~'하는 식의 온보딩 보다는, 2주 동안 읽어보고 할 일 목록을 적절히 분배한 스프레드시트 일정표와 그 사이사이 개발팀 일원 대부분과의 커피챗 시간이 많은 도움이 되어 주었다. 내가 너무 느리게 혹은 빠르게 진행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신입으로서 할 수 있는 걱정을 없애 주고, 팀과 팀원들의 성향에 대해 파악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기 때문이다. 낯선 환경에서 긴장하고 있는 나를 위해 CTO부터 'buddy'까지 무엇이든 편하게 질문하라고 먼저 말해 준 건 전반적인 심리적 안정에 많은 도움이 됐다.
스타트업이라는 기업적 특성 그리고 미국이라는 나라가 가진 문화적 특성 탓에 우리나라에서는 느낄 수 없었던 자율성 그리고 자발성 역시 이번 온보딩의 중요한 키워드다. 온보딩 매 주 금요일마다 매니저와 1:1을 진행하면서도 뭔가 지시를 내린다기 보다는 내가 느끼는 감정 또는 질문거리를 중심으로 대화가 이루어졌다. 불필요한 위계나 압박이 전혀 없어 편하지만, 반대로 말하면 내가 적극성을 띠지 않으면 그만큼 얻을 수 있는 게 매우 제한적이 된다는 말이다. 근무 시간 역시 전혀 통제받지 않아서, 평일에도 시간을 유동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은 좋았지만 결국 아무런 통제 없이는 일과 자유로운 시간이 구분되기 힘들기 때문에 나만의 루틴을 만들어 셀프 컨트롤을 하는 건 나의 몫이다. 한편으로 모기업은 직원 수 7천 명 이상의 대기업이기 때문에 대기업의 결재 시스템을 간접적으로나마 체험할 수 있는 것 역시 재밌는 경험이었다. 자율성과 더불어 강조되는 문화는 적극성이다. 내 일과 팀에 스스로 책임감을 가지고 대하라는 것이다. 한 명의 사수가 지정되어 있다기 보다는 슬랙 채널에 질문 거리를 올리면 BE/DevOps/FE/QA 구분짓지 않고 함께 해결하려는 문화를 지향하는 편이다. 실제로 온보딩 과정에서도 다양한 팀원들에게 세팅 관련 도움을 얻을 수 있었다.
아직은 어리버리하지만 탄탄한 온보딩 문서를 발판 삼아 새 회사에 올라 탔다. 아직 개발자로서도, 사회인으로서도 양 쪽으로 모두 너무나 부족한 나라서 떨리기도 하지만, 개발자가 되기 위해 걸어 왔던 길처럼 매일매일 조금이라도 쌓아 나가면 분명 성장하는 나를 볼 수 있을거라 생각하고 있다. 어쩌다보니 완전 재택을 하게 된 만큼 이점을 십분 활용해서 전문성을 키워나가는 중요한 시간으로 삼고 싶다.
9월 초에는 매년 미국 여러 주를 돌아가면서 열리는 전사 offsite(워크샵이라고 생각하면 된다!)이 솔트레이크시티에서 예정되어 있어서 동료들을 실제로 만나는 시간을 가질 것 같다. 4박 5일 일정이라서 슬랙으로는 나누지 못했던 이야기도 나누고 조금 더 가까워지는 시간을 가지게 될 것 같다. 그 때까지 부디 업무를 뚝딱뚝딱 잘 해내는 개발자로 성장하고 싶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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