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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주간의 재택 온보딩 회고

리버김 2023. 7. 8.

지난 금요일부로 2주간의 재택 온보딩이 끝났다.

 

어느 집단에서든 온보딩은 흡사 새로운 행성에 발을 딛는 우주비행사와 같은 기분으로 시작한다. 조직마다 그들만의 문법, 일의 양식, 규칙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사회의 일원이 되기 위해서는 이전에 내가 몸 담고 있던 것들에서 한 발 벗어나 새로운 것을 적극적으로 맞이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나 또한 이 사회의 목표와 규칙을 잘 이해하고 있고 뜻을 같이 함을 보여주기 위해서다. 그래서 한 회사에 입사한다는 것은 단지 노동력을 제공하는 것에 국한되지 않고 이런 내용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는 것 또한 포함한다.

 

완전 재택으로 일하는 상황에서 이런 과정에 가장 중요한 것은 조직에 관해 잘 정리된 글을 읽는 것과 구성원들과의 원격 소통인 것 같다. 이 과정을 통해 현실 공간에서 확인할 수 없는 조직의 문법을 확인하고 소통을 통해 확신을 얻는 데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이런 측면에서 막연히 '이거 읽어보고 이거 설치 하세요~'하는 식의 온보딩 보다는, 2주 동안 읽어보고 할 일 목록을 적절히 분배한 스프레드시트 일정표와 그 사이사이 개발팀 일원 대부분과의 커피챗 시간이 많은 도움이 되어 주었다. 내가 너무 느리게 혹은 빠르게 진행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신입으로서 할 수 있는 걱정을 없애 주고, 팀과 팀원들의 성향에 대해 파악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기 때문이다. 낯선 환경에서 긴장하고 있는 나를 위해 CTO부터 'buddy'까지 무엇이든 편하게 질문하라고 먼저 말해 준 건 전반적인 심리적 안정에 많은 도움이 됐다.

 

스타트업이라는 기업적 특성 그리고 미국이라는 나라가 가진 문화적 특성 탓에 우리나라에서는 느낄 수 없었던 자율성 그리고 자발성 역시 이번 온보딩의 중요한 키워드다. 온보딩 매 주 금요일마다 매니저와 1:1을 진행하면서도 뭔가 지시를 내린다기 보다는 내가 느끼는 감정 또는 질문거리를 중심으로 대화가 이루어졌다. 불필요한 위계나 압박이 전혀 없어 편하지만, 반대로 말하면 내가 적극성을 띠지 않으면 그만큼 얻을 수 있는 게 매우 제한적이 된다는 말이다. 근무 시간 역시 전혀 통제받지 않아서, 평일에도 시간을 유동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은 좋았지만 결국 아무런 통제 없이는 일과 자유로운 시간이 구분되기 힘들기 때문에 나만의 루틴을 만들어 셀프 컨트롤을 하는 건 나의 몫이다. 한편으로 모기업은 직원 수 7천 명 이상의 대기업이기 때문에 대기업의 결재 시스템을 간접적으로나마 체험할 수 있는 것 역시 재밌는 경험이었다. 자율성과 더불어 강조되는 문화는 적극성이다. 내 일과 팀에 스스로 책임감을 가지고 대하라는 것이다. 한 명의 사수가 지정되어 있다기 보다는 슬랙 채널에 질문 거리를 올리면 BE/DevOps/FE/QA 구분짓지 않고 함께 해결하려는 문화를 지향하는 편이다. 실제로 온보딩 과정에서도 다양한 팀원들에게 세팅 관련 도움을 얻을 수 있었다. 

 

아직은 어리버리하지만 탄탄한 온보딩 문서를 발판 삼아 새 회사에 올라 탔다. 아직 개발자로서도, 사회인으로서도 양 쪽으로 모두 너무나 부족한 나라서 떨리기도 하지만, 개발자가 되기 위해 걸어 왔던 길처럼 매일매일 조금이라도 쌓아 나가면 분명 성장하는 나를 볼 수 있을거라 생각하고 있다. 어쩌다보니 완전 재택을 하게 된 만큼 이점을 십분 활용해서 전문성을 키워나가는 중요한 시간으로 삼고 싶다.

 

9월 초에는 매년 미국 여러 주를 돌아가면서 열리는 전사 offsite(워크샵이라고 생각하면 된다!)이 솔트레이크시티에서 예정되어 있어서 동료들을 실제로 만나는 시간을 가질 것 같다. 4박 5일 일정이라서 슬랙으로는 나누지 못했던 이야기도 나누고 조금 더 가까워지는 시간을 가지게 될 것 같다. 그 때까지 부디 업무를 뚝딱뚝딱 잘 해내는 개발자로 성장하고 싶다 ㅎㅎ

 

사진: Unsplash 의 Raphael Ren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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