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좋아하는 배우 마고 로비가 주연 캐시을 맡은 영화 폭풍의 언덕이 꽤나 혹평을 받고 있는 걸 보고 읽게 되었다. 아마 10대 때 읽었던 것 같은데 내용이 잘 받아들여지지 않아 인상 깊게 보지 않았던 기억이 난다. 많은 평론가들이 극찬한 것처럼 폭풍의 언덕이 표현하는 인간의 사랑, 트라우마, 복수심과 같은 감정의 스케일과 섬세함이 남다르다고 느꼈다.
20대 후반에 다시 읽은 폭풍의 언덕은 문학적으로나 소설이 그리고 있는 그 시대의 생활사 방면에서나 모두 흥미로웠다. 어린 아이들은 정말 쉽게 목숨을 잃었고 그래서 결혼, 출산, 재혼 등 후손을 남기기 위한 일에 온 신경을 쏟는 것 같았다. 자녀를 요즘 선진국처럼 소황제처럼 키우기 보다는 하나의 자원처럼 인식되는 경향이 커 보였다. 그 사이에도 아이를 진심으로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은 같기도 했구나 싶은 장면들도 있었다. 1800년대 중반이니 불과 백 몇십년 전인 것인데도 근친혼, 신분제, 종교 맹신 등 지금으로서는 상상할 수 없는 문화가 당연한 것처럼 여겨졌다는 것도 정말 신기했다. 심지어 가장 근대화가 빨리 이루어진 나라 중 하나인 영국인데도! 이러니 어느 시대나 세대 차이가 불러오는 문제가 클 수 밖에 없다는 생각을 했다.
캐시와 히스클리프를 보면 저렇게 철이 없을까 싶은 부분도 있고, 다만 기질과 환경이 만나 이루어진 부분이 많다 보니 어느새 그들을 안쓰러운 눈으로 보게 되기도 한다. 오만과 편견에서 교양있는 그 시대 중산층, 귀족들의 사랑 이야기를 읽으면서 설렘을 느꼈다면, 폭풍의 언덕은 운명의 소용돌이 속에서 어찌보면 현실적인 등장인물들이 마음껏 자신을 표출하고 사랑하는 느낌이었다. 교훈적이고 정적이었던 사회 분위기 속에서 이렇게 매력 있는 등장인물들을 탄생시키고 매력적인 비극을 탄생 시킨 그 시절의 젊은 작가가 놀라웠다. 뻔하지 않은, 그리고 너무나도 슬픈 사랑과 당대 영국의 생활상을 깊이 빠져 체험해볼 수 있는 소설이어서 좋았고, 꼭 읽어볼 가치가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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