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습관이 된 운동 그리고 충만한 설날
사내 스터디 발표를 마치고 홀가분한 마음으로 맞이한 1월 셋째 주. 여전히 일은 재미있었지만, 개인적인 컨디션은 좋지 않아서 조금은 쩔쩔맸다. 다행히 내 주의를 돌려줄 것들이 많았다. 주말 동안 싸피 생활동안 미뤄왔던 집 정리를 끝내고, 조금 빈 구석을 채우기 위해 주문한 행거와 선반 같은 것들을 짜맞추고 정리하면서 내 몸에 쌓인 짐들도 털어 버릴 수 있었다. 20대가 좋아할 만한 공간이 많지는 않은 당산역 주변에서 발견한 어딘가 을지로스러운 카페, 추억의 만화 'NANA'가 있었던 만화카페 같은 공간을 탐색하기도 했었다.
또, 새해부터 시작한 운동이 3주차에 접어들면서 완전히 습관으로 자리잡음을 느꼈다. 무턱대고 헬스장 이용권을 결제하기 전에 홈트부터 시작해보자는 마음으로 집에서 운동을 하고 있다. 처음에는 꾸물거리다 겨우 방에 매트를 펴곤 했었는데, 이제는 즐거운 마음으로 오늘 할 운동을 고르고 운동복을 입는다. 선물 받은 갤럭시 워치와 여성 개발자분들과 함께 하는 운동방이 운동 파트너 역할을 톡톡히 해준 덕이다. 운동을 오래 해 온 친구와 이제는 GX가 있는 헬스장에 등록해 보려고 한다.
설에는 가족, 그리고 가까운 사람들과 맛있는 걸 먹고 충분히 쉬어 주었다. 가족들과 함께 먹으려고 화과자를 처음 주문해봤는데 즐거운 경험이 되었다. 개발도 조금은 했다 ㅎㅎ
저번 주에 연극 <레드>를 보고 또다른 이인극인 <올드 위키드 송>을 봤다. 재치있는 입담으로 기억하는 서현철 배우와 곽동연 배우가 합을 맞췄다. 두 연극 모두 중년이 될 나에게 미리 전하는 편지와 같이 느껴졌다. 올드 위키드 송은 레드와 유사한 점이 아주 많았다. 우선 나이 든 스승과 청년 제자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제자는 스승에게 맞서고, 스승은 자신이 믿는 것을 쉽게 포기할 수 없다.
레드의 마크 로스코는 큰 명성과 부를 누리고 있는 화가지만, 점차 상업성을 띄어가는 현대 미술의 사조에 괴로워한다. 그러나 제자 내지 조수와의 대립 그리고 소통의 과정을 겪으면서 젊은이의 성장으로부터 아집을 내려놓고 새로운 것들의 생장으로부터 삶의 의미를 느끼게 된다.
올드 위키드 송이 비슷한 부분들을 가지고는 있지만 사뭇 다른 메시지를 전달하기도 한다. 아주 오만한 젊은 피아니스트와 홀로코스트, 가족을 잃은 고통을 겪은 노교수가 서로의 예술적 원칙만을 내세우며 대립하다 서로를 이해하고는 마지막에는 함께 노래하는 장면에서 세대의 통합 그리고 연극 대사처럼 기쁨과 슬픔이 함께할 때 꽃피는 환희를 느끼게 해준다. 설 앞뒤로 내게 큰 울림을 준 연극이었다. 연극은 딱히 관심 없다며 심드렁하던 나를 극장으로 이끌어준 가족과 친구들에게 감사하게 된다.
새해가 되면서 저녁에 매번 유튜브 영상을 틀어 놓던 습관에서 벗어나 KBS 클래식 FM을 듣고 있다. 원래 클래식을 좋아하는 편이지만, 동영상이 주는 자극에 매번 굴복했었던 것 같다. 요즘은 부쩍 클래식 라디오를 듣는 횟수가 늘었다. 일종의 '도파민 디톡스'다. 어쩌면 예전의 나는 계속되는 자극 없이는 안정을 찾지 못했었기에. 반대로 말하면 2023년의 나는 예전보다는 조금 더 안정되었다는 말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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