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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차 프론트엔드 개발자 두 달 동안의 이직기

리버김 2026. 2. 3.
11월 말 쯤 시작한 이직 과정이 만 두 달만에 마무리되었다! 영하의 날씨를 뚫고서 일할 때는 거의 입지 않던 슬랙스 + 셔츠 + 로퍼 조합을 입고 판교, 마곡, 잠실, 강남, 심지어 의왕까지 분주하게 뛰어다녔더랬다. 그간의 경험을 미처 잊기 전 기록해본다.

사진: Unsplash 의 Joe Holland

 

회사에서 좋은 평가를 지속적으로 받아 오고, 승진도 하고, 일도 익숙해지면서 새로운 도전을 해야 한다는 생각은 늘 갖고 있었다. 특히 LLM이 내가 개발자로 일하는 3년 동안 크게 발전하면서, 변화하는 개발자상에 맞춰 탈바꿈할 시간이 됐다고 느꼈다. 업무 프로세스에 AI를 도입하거나 생산성을 개선하면서 나름 AI 네이티브 개발자로 변모하기 위해 노력해왔고 꽤 AI를 잘 쓰는 개발자라고 스스로 생각했다. 이직 과정을 마치고 보니 역시 직장인에게 가장 좋은 자기 객관화 도구는 이직 준비인 것 같다(ㅎㅎ). 이직 준비를 하면서 나는 많이 부족하다는 걸 몸소 느꼈다. 다행히 그 과정에서 스스로 발전할 포인트와 앞으로의 방향성에 정말 많은 힌트를 얻을 수 있었다.

 

취업/이직 한파라는 뉴스를 하루 걸러 하나씩 보는 요즘, 서류 합격률은 생각보다 만족스러웠다. 운 좋게 눈에 띄면서도 가독성 좋은 Figma 이력서 + 포폴 템플릿을 발견해 이미지를 섞어 가며 성과 중심으로 작성했다. 프로필 사진도 정말 오랜만에 새로 촬영해 깔끔한 이미지로 보이도록 했다. 그런데 나는 첫 인턴, 첫 취업과 첫 이직 모두 잦은 면접을 겪은 케이스가 아니었고, 한 회사에서 몇 년동안 재직중이었기 때문에 면접 감각이 떨어져있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였다. 그래서 처음 한 두 번의 면접에서는 많이 버벅이기도 하고, 희망 연봉이 고정되어 있지 않음에도 마치 협의 의사가 없어보이는 것처럼 말하는 웃긴 실수도 했다. 그래서 정말 희망하는 기업 면접에 앞서 여러 면접 경험을 쌓는 것이 필수다. 초반 몇 회사는 괜찮은 회사들도 있었는데 내가 아직 미숙할 때 면접을 봐서 아쉬웠다.

 

신입 면접과 이직 면접은 비슷한 점도 많지만 다른 점들도 많다는 걸 느꼈다. 우선 자기소개/이직 사유/현재 연봉 내지는 희망 연봉을 적절히 말하는 법에 대해서는 확실히 준비하지 않으면 안된다. 여기서 모순되거나 부적절한 말을 하면 협상 시 불리하거나 채용에 탈락할 수 있다. 나머지는 직무 적합성 면접에 올인하는 게 좋은 듯하다. 하지만 이마저도 회사마다 직무 핏에 따라 질문이 천차만별이라 굉장히 넓은 범위를 질문해야 한다. 이번 이직 과정에서 가장 흥미로웠던 부분은 나는 항상 같은 태도로 같은 답변을 하는데(후반부로 가면서 확연히 발전하기는 하지만) 평가는 전혀 다른 경우가 많았다는 거다. 내가 겸손한 태도를 유지하며 답변했는데도 엉뚱하게도 시비(?)를 거는 면접관이 있는가 하면, 내 태도를 너무나 좋게 평가한 면접관도 있는 거다. 어떤 면접관은 나를 조용한 성격으로, 다른 면접관은 나를 자신감 있고 말을 잘하는 성격으로 파악하기도 한다(이 부분은 정말 재밌다. 사람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가 얼마나 어려운 건지 느꼈던 경험이었다.) 처음 몇 번의 면접에서는 내 답변의 어디가 잘못됐을까 심각하게 고민했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내 답변에 오류가 없고 근거가 확실하다면, 그것을 제대로 알아봐줄 수 있는 면접관을 만날 때 에너지를 더 썼다. 애초에 나를 의심하는 면접관의 생각을 뒤집는 것보다, 나에게 호감이 있는 면접관을 확실히 잡는 것이 100배는 쉽다고 느꼈다. 결국 면접은 힘들어도 그 하나의 회사를 만나는 과정인거다. 면접 = 소개팅이라는 슨배님들 말씀이 딱! 회사 자체는 괜찮아도 처우 등이 도저히 협의되지 않아 고사한 경우도 몇 번 있었다. 결정된 이직처의 경우 직무, 처우, 직속상사의 이미지, 회사 규모 등이 모두 만족스러웠고, 다행히 회사에서도 나를 마음에 들어해 주셔서 성사될 수 있었다.

 

면접 과정에서 얻은 배움들은 돈으로도 살 수 없는 소중한 경험이었다. 나는 업무 일지를 꾸준히 쓰는 편이고 수치화해 정리하는 습관을 가지고 있긴 했지만, 경력을 더 잘 정리할 수 있는 방향을 정립할 수 있었다. 정말 안타까웠던 부분은 면접자에게 무례한 기업들이 정말 많았다는 거다. 아마 신입 때의 나였다면 정말 상처를 많이 받았을 것 같다. 면접 지각, 비꼬기, 퇴사자 험담 같은 믿기지 않는 사례들이 많았다. 작고 영세한 회사일수록 그런 경향성이 컸지만, 재정적으로 안정적인 회사들 역시 그런 경우가 빈번해 놀라웠다. 수십번의 면접 중 면접비를 지급한 회사는 단 두 곳이었고, 그 회사들조차 면접에서 부적절한 발언을 했었다. 우리나라의 경제 수준에 비해 이런 인식 수준은 아직도 현저히 낮은 것 같아 안타까웠다. 혹시 이 글을 보게 되는 지원자들은 절대 그런 무례함에 상처 입지 말고 기억에서 지우셨으면 좋겠다. 긍정적인 면접 경험을 가지고 입사해도 어려운 것이 회사일텐데, 면접 때부터 무례한 회사는 어차피 입사해도 행복할 수 없는 회사일테니까. 취업 커뮤니티에서 보니 내 개인적인 경험만은 아니고, 최근 경기 한파로 회사 쪽이 부쩍 고자세라고 한다.

 

다시 이직처 이야기로 돌아와서, 우선 전제 조건은 만족되었다. 그렇지만 현 회사의 모든 것에 너무나 만족하고 있었고, 재택 근무라는 편안한 환경까지 더해져 마지막까지 어려웠다. 하지만 지금 도전하지 않으면 앞으로 점점 더 어려워질 일만 남았다는 생각이 강하게 작용했다. 새 직무는 (아마도) 코드를 작성하는 사람보다도 코드를 도구로 사용해 가치를 창출하는 데 더 가까이 서 있는 것 같다. 내가 노력하는 힘을 잃지 않고 많은 가치를 만들어낼 수 있는 직무이길 바라고 있다.

 

나는 내가 20대에 두 번의 이직을 할 줄은 정말 꿈에도 몰랐다. 신입 평균 연령이 30대로 올라간 요즘, 취업은 할 수 있을까 걱정도 많았다. 역시 인생은 어떻게 흘러갈 지 모른다는 말이 딱 맞다. 앞으로는 주기적으로 시장의 검증을 받아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던, 2n살의 2번째 이직기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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