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일 출근을 준비해야 하는데 잠은 안오고, 괜히 감상에 젖어서 쓰고 글이 쓰고 싶어졌다 ㅎㅎ.
성인이 되고 나서 내 가치관 형성에 큰 도움을 준 두 분이 있다면 칸트와 학생 상담실에서 만난 박 상담사 선생님이시다.
나는 회의주의자 쪽에 가까운 상태로 대학교에 갔던 것 같다. 그래서 삶의 가치관과 목표를 세우는 데도 잠시 어려움을 겪었다.
리더십, 성적 면에서는 좋은 평가를 받는 편이었지만, 크게 내가 원해서 한다는 느낌을 받지 못해 고민이 있었다. 사명감으로 선택했던 직업조차 내 적성에 크게 맞지는 않았고, 그 사명감이 의심받으니 삶 자체에 의심이 들었다.
그 때 수업에서 만난 칸트와 상담실에서 만난 선생님의 말씀이 나를 일으켜 세운 기억이 난다. 칸트의 이론이 모두 옳은가는 차치하더라도, 자유의지를 가진 존엄한 존재로써 스스로 자율적 명령을 내리는 것이 인간이라는 해석은 내가 좀 더 정신을 차리고 스스로의 원칙을 세우고 삶을 성숙하게 꾸려가는 시작점이 되어 주었다. 4학년 때 이 교수님의 수업에서 우리가 윤리와 도덕을 신경쓰지 않는다면 어떤 의미를 가지고 살 것인지에 대해 질문하셨을 때, 비로소 철학과 학부에서의 수업들이 삶과 연결되어 완결되는 느낌을 받았었다.
상담사 선생님은 혼란스러워 하고 힘들어 하는 내게 이렇게 말씀해주셨다.
너무 좋은 사람이 되려고,
남의 기대를 채워주려고 지내지 말고
OO씨가 살고 싶은 대로 살아요.
잘 지내요.
아마 내가 칸트를 만나지 못했다면, 나는 선생님의 말씀을 "니 마음대로 해라"라는 얄팍한 말 정도로 이해했을 지도 모른다.
선생님은 힘들어 하는 나를 안쓰러워 하는 마음에서 마지막 인사를 남기셨던 것 같지만, 선생님의 말씀을 통해 진심으로 치유받는 동시에, 스스로의 윤리를 세우고 그걸 따르며 살아가는 사람이 되어야겠다는 다짐을 굳히는 계기도 되었던 것 같다. 학교를 다니면서 참 많은 분들의 도움을 받았는데, 상담사 선생님도 그 분들 중 하나. 이 이후로는 후배나 후임분들에게 하는 말 한 마디도 신중히 하려고 노력하는 것 같다. 물론 그 전에 내 소중한 사람들에게 더 따뜻하게 말해주어야 겠지만! 아무튼, 힘들 때는 적극적으로 사람과 책에게 도움을 요청하자. 그리고 받은 도움을 나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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